'360도 세탁기 스핀'부터 '수영장 슬로퍼'까지… 산티아고 리드 결승 가른 루트세팅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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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탁기 스핀부터 수영장 슬로퍼까지"… 루트세터가 밝힌 2026 산티아고 리드 결승의 비밀
- 수석 루트세터 로맹 카베수(프랑스)·얀 제누(영국)가 직접 해설한 남녀 결승 루트 설계 의도
- 여자부: "코너 구간의 열린 선택지와 오직 슬로퍼로만 채운 헤드월… 정교한 발 디딤이 완등 갈랐다"
- 남자부: "몸이 360도 도는 '세탁기' 구간과 코디네이션 점프… 8명 전원 무동점(Zero Ties) 명승부 연출"
- 세터 의도 깬 선수들의 '홀드 건너뛰기(베타 브레이킹)'와 자연 바위 기술 '풋 재밍' 대결 눈길
스포츠클라이밍 리드 경기는 흔히 선수와 루트세터 간의 '숨바꼭질(Cat and mouse game)'에 비유된다. 세터는 단 한 명의 우승자를 가려내기 위해 벽 위에 치밀한 함정과 과제를 심어두고, 선수는 단 6분의 관찰 시간과 6분의 등반 시간 안에 그 암호를 해독해야 한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칠레 산티아고 비센테나리오(세리요스) 공원에서 열린 '2026 산티아고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리드 종목은 수석 루트세터 로맹 카베수(프랑스)를 필두로 얀 제누(영국), 라이언 시웰(미국), 스코티 프리차드(호주·다양성 프로그램)가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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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하단 10°에서 중단 38° 급경사 오버행을 지나 상단 25° 헤드월로 꺾이는 입체적인 벽면 위에 다이내믹한 볼더링 동작과 고전적인 지구력 싸움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결승전 직전 진행된 로맹 카베수 수석 세터와 얀 제누 세터의 인터뷰를 통해 남녀 결승 루트에 숨겨진 설계 의도를 짚어봤다.
■ 여자부 결승: "코너의 다양한 해법,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은 상단 슬로퍼"
여자부 결승은 출전 선수 8명 중 5명이 44번 홀드 이상 상단 헤드월에 진입하며 관중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동시에, 상단부에서 야냐 간브렛(완등·1위)과 라우라 로고라(48+·2위), 로사 레카르(46+·3위)의 메달 색깔을 정교하게 가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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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자부 결승 루트의 초반부와 중반부 진입 구간은 어떻게 설계했나?
로맹 카베수: "출발 구간은 아주 커다란 민트색 볼륨들 위에서 몸을 밀어 올려야 하는 까다로운 스타트지만, 초반부터 너무 가혹하지 않게 구성했다. 그 직후 파란색 크림프(손가락 끝마디로 잡는 작은 홀드) 구간이 나오는데, 난이도 면에서 보면 여기가 본격적인 루트의 입구다. 이어서 커다란 포켓 홀드들이 나오지만 발 홀드가 매우 나쁜 구간을 배치해, 선수들이 아주 다이내믹하고 피지컬한 움직임을 보여주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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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반부 급경사 오버행(38°)에서 상단 헤드월(25°)로 넘어가는 구간의 핵심 의도는 무엇인가?
로맹 카베수: "큰 포켓 홀드들을 지난 뒤 다시 한번 파란색 크림프 홀드들이 나오면서 진짜 고난도가 시작된다. 그 뒤로 노란색과 초록색 슈퍼 볼륨들이 이어지는데, 급경사 벽의 끝까지 가서 상단 헤드월로 진입하려면 수많은 힐훅(발뒤꿈치 걸기)과 까다로운 몸의 자세를 찾아내야만 한다. 선수들이 한 가지 방법에 갇히지 않고 여러 선택지(옵션)를 시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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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결과 분석 ① — 코너 캠퍼싱 vs 하이 스텝, 그리고 크랙 '풋 재밍']
세터진의 의도대로 중반부 코너 구간에서는 선수들의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략법이 펼쳐졌다. 테레자 시루츠코바(체코·7위), 루츠카 라코베츠(슬로베니아·4위), 엘로이즈 두몽(벨기에·6위)은 발을 떼고 팔 힘으로만 코너를 돌아 날아오르는 과감한 '캠퍼싱(Campusing)'을 택한 반면, 엘라 피셔(미국·8위)와 라우라 로고라(이탈리아·2위)는 높은 발 디딤과 손·발뒤꿈치 매치(Hand-to-heel)로 정교하게 돌파했다. 특히 노란색 볼륨 사이의 틈새(크랙) 구간에서는 대다수 선수들이 자연 바위 기술인 '풋 재밍(Foot Jam·틈새에 발을 비틀어 끼우는 기술)'로 팔의 피로를 덜어냈고, 우승자 야냐 간브렛은 아예 양발을 크랙에 포개어 끼우는 '더블 풋 스택'으로 완벽한 휴식을 취했다.
Q. 메달 색깔을 최종 결정지은 상단 헤드월 세팅의 승부처는 어디였나?
로맹 카베수: "상단 헤드월에서는 우리가 흔히 '수영장 볼륨(Swimming Pool Volumes)'이라 부르는 대리석 무늬의 대형 볼륨들을 적극 활용했다. 이 헤드월이 정말 까다로운 이유는 걸리는 턱이 전혀 없는 '슬로퍼(오픈 홀드)'와 아주 나쁜 홀드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완등(TOP)까지 가려면 매 동작마다 극도로 정교해야 하며, 발 홀드와 마찰력이 낮은 슬로퍼에 고도로 집중해야만 한다."
[실전 결과 분석 ② — 무게중심이 가른 완등]
카베수 수석 세터가 강조한 '수영장 볼륨 슬로퍼' 구간은 결승 최고의 승부처였다. 손 위치를 고쳐 잡으려 움직일수록 마찰력이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로사 레카르, 루츠카 라코베츠, 나카가와 류가 나란히 46+에서 발목을 잡혔다. 라우라 로고라는 무게중심을 극단적으로 낮추며 48+까지 전진했으나 마지막 슬로퍼에서 힘이 다했고, 오직 야냐 간브렛만이 막판 슬로퍼 위기를 손아귀 힘으로 버텨낸 뒤 마지막 동작을 캠퍼싱으로 장식하며 유일한 완등(TOP)을 일궈냈다.
■ 남자부 결승: "몸이 360도 도는 '세탁기'와 '버터플라이' 점프, 그리고 끝까지의 사투"
남자부는 준결승에서 3위부터 10위까지 8명이 31+에 몰렸던 병목 현상을 완벽히 극복했다. 결승 진출자 8명의 기록이 25 → 34+ → 35 → 40+ → 41+ → 47+ → 49 → 52로 단 한 명의 동점자도 없이 갈리며 올 시즌 최고의 변별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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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부 결승 루트의 하단부와 중반부 '세탁기' 구간은 어떤 개념으로 세팅했나?
얀 제누: "출발은 색깔 때문에 우리가 '수영장(Swimming Pool)'이라 부르는 민트색 대형 볼륨 위에서 비교적 어렵지 않은 몇 개의 컴프레션(양쪽에서 모아 잡는 압박) 동작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노란색 홀드 구간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이 구간을 일종의 **'세탁기(Washing Machine)'**라고 부른다. 까다로운 다이내믹 동작과 캠퍼싱 동작을 거치며 커다란 공 모양 홀드(스카이 볼)를 잡고 몸이 공중에서 360도 빙글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Q. 노란색 볼륨 구간의 마지막 점프 동작과 상단부 빨간색 홀드 구간의 설계 의도는?
얀 제누: "세탁기 구간 직후 다시 몇 개의 까다로운 동작을 거쳐 노란색 구간의 마지막 파트로 들어가면 코디네이션(복합 협응력) 점프 동작이 나온다. 거기서 너무 많은 선수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지만, 아마 한두 명 정도는 그 동작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는 빨간색 홀드 구간으로 바뀌면서 정통적인 지구력(레지스턴스) 싸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피니시(탑)까지 줄곧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루트다."
[실전 결과 분석 ① — 얀 제누의 예언 적중과 '버터플라이' 구간의 명암]
얀 제누 세터가 "한두 명 정도는 추락할 수 있다"고 예고했던 노란색 구간 끝의 코디네이션 점프(해설진이 '버터플라이'라 명명한 구간)는 실제로 결승 최대의 분수령이 됐다. 세터진은 선수들이 이 구간을 정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도록 홀드 각도를 미묘하게 비틀어 놓았는데, 하단부 360도 스핀을 발 기술로 정적 돌파했던 도쿄 올림픽 챔피언 알베르토 히네스 로페스(스페인·8위)가 이 버터플라이 구간마저 정적으로 건너려다 25번 홀드에서 추락하는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시즌 종합 챔피언 스즈키 네오(3위·47+)와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2위·49), 요나스 우텔리(1위·52) 역시 첫 시도에서 홀드를 만져본 뒤 두세 동작을 거꾸로 내려와(다운클라이밍) 손을 바꿔 잡고 점프하는 수정 전략으로 위기를 넘겼다.

[실전 결과 분석 ② — 전원 홀드 스킵(베타 브레이킹)과 상단 투 핑거 포켓 승부]
선수들의 창의적인 '베타 브레이킹'도 빛났다. 버터플라이 점프 직후 세터진이 정규 시퀀스로 배치해 둔 좌측의 첫 번째 빨간색 홀드를 일본 선수 4명을 포함한 결승 진출자 8명 전원이 과감히 건너뛰며 체력을 아꼈다(마지막 주자 라마다니만 손을 살짝 댔다 뗀 뒤 스킵). 이어진 상단 25° 헤드월에서는 손가락 두 개만 얕게 걸리는 악명 높은 '투 핑거 포켓' 홀드들이 선수들을 차례로 떨어뜨렸고, 이 고통스러운 지구력 싸움을 뚫고 완등 직전인 52번 홀드까지 도달한 스위스의 요나스 우텔리가 생애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 [초보자를 위한 클라이밍 기술 사전] 기사 속 루트세팅 용어 4가지
수영장 볼륨(Swimming Pool Volumes) & 슬로퍼(Sloper): 산티아고 결승 벽에 사용된 민트색·마블 블루 색상의 대형 구조물(볼륨)이 수영장 물빛을 닮아 세터들이 붙인 별칭이다. 특히 여자부 상단에 배치된 '슬로퍼'는 손가락을 걸 만한 턱이 전혀 없는 둥글고 평평한 홀드로, 손바닥 전체의 마찰력과 낮은 무게중심으로만 버텨야 한다.
세탁기(Washing Machine) & 버터플라이(Butterfly): 남자부 결승 중반부에 세터들이 설계한 고난도 구간이다. '세탁기'는 둥근 볼 홀드를 잡고 몸이 공중에서 360도 회전하며 스윙을 제어해야 하는 구간이며, '버터플라이'는 바나나 모양 볼륨 끝에서 양팔을 나비처럼 펼치며 옆 볼륨으로 몸을 날려 압박해 잡아야 하는 코디네이션 점프 동작이다.
베타 브레이킹(Beta Breaking): '베타(Beta)'는 루트를 오르는 방법(정답지)을 뜻한다. 루트세터가 의도한 정석 동작을 따르지 않고, 선수가 홀드를 과감히 건너뛰거나 예상치 못한 신체 부위(무릎, 뒤꿈치 등)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구간을 돌파하는 것을 '베타 브레이킹'이라 부른다.
풋 재밍(Foot Jam) & 모노(Mono): '풋 재밍'은 바위나 볼륨 사이의 갈라진 틈(크랙)에 발을 비틀어 끼워 넣어 하체를 고정하는 자연 암벽 기술이다. '모노'는 손가락 단 한 개만 들어가는 작은 구멍 홀드로, 강한 손가락 인대 힘과 정확한 거리 조절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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