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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닉의 '10m 오버행' 함정… 얀야 간브렛 50승 대관식으로 막 내린 여자 리드 결승

기사입력 2026-06-23 22:25
profile_image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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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클라이밍TV 기획] "여제(女帝)의 50승을 허락한 완벽한 무대"… 

여자 결승 루트를 설계한 남성 헤드 세터 '닉(Nick)'의 치밀한 함정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인스부르크 대회의 밤은 얀야 간브렛(슬로베니아)의 통산 50번째 금메달 획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장식되었다. 하지만 이 위대한 드라마가 쓰이기 위해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한계를 샅샅이 시험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가 필요했다.


이번 대회 남녀 리드 결승전의 루트 설계를 총괄한 남성 헤드 루트 세터 닉(Nick)은 여자부 결승전 직전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10미터 오버행 벽에 숨겨둔 악마 같은 설계 의도를 짧고 강렬하게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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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결승 루트는 초반의 약간 위험한(Risky) 구간과 미세한 점프 무브로 시작됩니다. 이후 가파른 오버행에서 발을 떼고 매달려야 하는 노풋(No-foot) 섹션이 등장하죠. 이 모든 관문을 넘고 나면, 마지막 다이내믹한 탑(Top) 무브에 도달할 때까지 기나긴 '파워 지구력(Power endurance)'과의 잔인한 싸움이 이어집니다. 부디 즐겨주세요(Enjoy)."


선수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지만, 관중들에게는 최고의 스릴을 선사했던 남성 헤드 세터 닉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이번 결승전 루트의 4가지 핵심 페이즈를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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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ase 1: 위험한 초반부와 미세한 점프 (Risky section & small jumps)


  • 세터의 의도: 등반 초반부터 몸을 벽에 바짝 붙여야 하는 프레스(Press) 무브와 밸런스 점프를 배치해 선수들의 멘탈과 몸 상태를 기습적으로 테스트했다.

  • 실제 경기: 이 초반의 '위험한 구간'은 세터의 의도대로 날카롭게 작동했다. 베테랑 마농 일리(프랑스)가 이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프레스 무브에서 조기 추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결승전의 긴장감 속에서 볼더링에 가까운 테크닉을 요구하여 선수들의 체력을 갉아먹는 효과적인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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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2: 허공에 몸을 던지는 노풋 섹션 (No-foot section)


  • 세터의 의도: 경사가 급격히 가팔라지는 구간에서 발을 디딜 곳을 없애버렸다. 선수들은 오직 상체 힘과 코어의 텐션만으로 허공에 매달린 채 360도로 몸을 뒤집거나 힐훅(Heel-hook)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 실제 경기: 로사 레카르(슬로베니아)가 이 구간에서 로프가 꼬이며 체력을 모두 소진해 추락했다. 애니 샌더스(미국) 역시 발이 빠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으나, 블록 홀드에 기적적으로 힐훅을 욱여넣으며 세터조차 놀라게 한 짐승 같은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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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3: 파워 지구력의 지옥 (Long power endurance)


  • 세터의 의도: 벽을 횡단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대형 블루·블랙 볼륨 구간. 휴식처(Resting point)를 교묘하게 숨겨두어 펌핑(근육 수축)을 극대화했다.

  • 실제 경기: 여기서 선수들의 진검승부가 갈렸다. 질병 투혼을 펼친 에린 맥니스(영국)와 정석적인 등반을 보여준 서채현(한국)은 이 구간에서 남은 체력을 모두 짜내며 메달권 진입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세터 아담이 예고한 '파워 지구력'의 덫은 강인한 선수들의 팔을 하나둘씩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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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4: 마지막 다이내믹 탑 무브 (Dynamic top move)


  • 세터의 의도: 하단에서 모든 체력을 빼앗긴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과감한 다이내믹 런치를 요구하는 잔인한 피날레.

  • 실제 경기: 아무도 완등 홀드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 구간(38번 무브 부근)에서 우승자가 결정되었다. 애니 샌더스가 스피드를 올려 크럭스에 도달했으나 아쉽게 추락(38+)했고, 뒤이어 등장한 얀야 간브렛은 압도적인 락오프 파워로 세터의 마지막 질문을 완벽히 해독하며 50번째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취재 후기] 이번 결승전은 진출 선수 거의 전원이 '서로 다른 고도와 무브에서 추락(Separation)'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정 무브 하나만 기형적으로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라, 밸런스, 코어, 지구력 등 선수들의 모든 스탯을 골고루 평가한 헤드 세터 닉(Nick)과 세터 팀의 완벽한 밸런스 조절 덕분이었다.


"부디 즐겨달라"던 닉의 여유로운 멘트 뒤에는 세계 최고의 클라이머들을 시험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과 철학이 숨어 있었다. 인스부르크의 밤은 선수들의 투혼만큼이나 세터들의 천재적인 도화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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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클라이밍 뷰] '여제'의 압도적 지배력과 도전자들의 한계 돌파… 

2026 인스부르크 여자 리드 결승 8인 경기력 심층 분석


헤드 세터 닉(Nick)이 설계한 10m 오버행의 악랄한 루트 위에서, 8명의 세계 최정상급 여성 클라이머들은 각자의 무기와 전술로 한계에 도전했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극한의 '파워 지구력' 무대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을 최종 순위별로 심층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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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승 대기록, 무거운 왕관을 춤추게 한 건 인스부르크의 환호였다"… '살아있는 전설' 얀야 간브렛을 만나다


[인스부르크]

클라이밍의 역사가 새롭게 쓰인 인스부르크의 밤. 수천 명의 관중이 만들어낸 거대한 함성의 중심에는, 기쁨의 눈물을 훔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암벽 여제' 얀야 간브렛(Janja GARNBRET·슬로베니아)이 있었다.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 인스부르크 여자 리드 결승전. 그녀는 헤드 세터 닉(Nick)이 파놓은 잔혹한 함정들을 마치 물 흐르듯 유려한 락오프(Lock-off) 파워로 돌파하며 최종 44점을 기록, 압도적인 기량으로 시상대 정상에 올랐다. 이 우승은 그녀의 화려한 커리어를 통틀어 무려 50번째 월드컵 금메달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이었다.


올림픽 2연패에 이어 자연 암벽 세계 최고 난도(9b+) 완등, 그리고 기어코 50승 고지까지 정복해버린 가장 위대한 클라이머. 황금빛 조명 아래 시상대 뒤편에서 만난 그녀는, 치열했던 벽 위의 전사와는 다른 앳되고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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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야 간브렛(Janja Garnbret) 50승 달성 직후 현장 인터뷰


Q. 50번째 금메달입니다. 방금 전 벽에서 내려와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을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정말이지,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기분(Absolutely incredible)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회 시작 전부터 제 마음속 한구석에는 이 '50번째 메달'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에 짓눌리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쿨한 척(Play it cool), 너무 의식하지 않는 척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벽에 딱 붙는 순간, '아, 오늘은 내 날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요. 몸 상태가 정말 최고였습니다."

 

Q. 오늘 인스부르크 관중들의 열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등반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인스부르크라는 도시는 항상 제 안의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 줍니다(Brings out the best out of me). 엄청난 관중들이 만들어내는 바이브와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50번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이렇게 멋진 분위기 속에서 달성하게 되어 미칠 것 같이 기쁩니다. 언제나 저를 믿어주시는 모든 분의 끝없는 사랑과 응원에 진심으로,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Q. 최근 야외 암벽에서도 세주스(Céüse)의 '비블리오그래피(Bibliographie, 9b+)'를 완등하는 등 멈추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50승 달성 이후,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무언가를 쫓기보다, 우선 이 50번째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즐기고 싶습니다(웃음). 제가 항상 입버릇처럼 '비블리오그래피 완등'이 제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해왔는데, 얼마 전 그 목표를 이루었죠. 그리고 오늘 50승 대기록까지 달성했습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축하 파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충분히 즐기고 축하한 뒤에, 또다시 저를 가슴 뛰게 할 새로운 목표들을 설정하겠습니다."



[취재 후기 및 편집자 주]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파티를 즐길 때"라며 호탕하게 웃는 얀야 간브렛.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재정의하는 그녀의 다음 도달점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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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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