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프라하, 새로운 클라이밍 역사를 쓰다… 샌더스 2관왕·라마다니 첫 금메달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본문
미국의 애니 샌더스, 볼더·리드 통합 ‘더블 골드’로 프라하의 여왕 등극
인도네시아의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 리드 종목에서 대이변의 금빛 레이스
대한민국 서채현, 리드 은메달로 세계 최정상급 기량 다시 한번 입증
내년 브르노 세계 선수권 앞두고 클라이밍의 새로운 기준 제시
체코 프라하의 시트반니체 섬 테니스 스타디움을 붉게 물들였던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CS) 프라하’ 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차세대 주자들의 거침없는 도전과 노련한 베테랑들의 완벽한 복귀, 그리고 루트세터들의 치밀한 설계가 어우러진 역대급 명승부로 기록되었다.

[WCS 프라하] 주임 루트세터 가렛 그로스 인터뷰 “준결승은 피지컬 한계 시험, 결승은 역발상 무브의 예술 무대”
“여자 1번 과제 완등 홀드는 사각지대 빌드업… 애니 샌더스의 ‘손가락 전진(Tiptoed)’ 공략에 감탄”
“선수들 편법 막으려 볼륨에 촘촘히 나사 박아… 그것을 크림프 홀드로 역이용한 역발상에 소름”
“피부 부상 방지 위해 크랙 안쪽은 매끄러운 듀얼텍스 마감… 순수한 기술력 시험하고 싶었다”
체코 프라하 시트반니체 섬 특설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CS)'는 루트세터들의 치밀한 지략과 선수들의 한계 돌파가 맞물린 ‘암벽 위의 드라마’였습니다
.
특히 남자 1번 과제의 다운 그립 불가능 구조, 전원 추락을 안겨준 사악한 개방형 피넛, 그리고 여자 1번 과제의 사각지대 탑 홀드와 크랙&듀얼텍스 셋업은 단순한 피지컬을 넘어 클라이밍 역학의 끝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대회 난이도 영점과 변별력을 총괄 지휘한 IFSC 메인 주임 루트세터 가렛 그로스(Garrett GROSS) 마스터의 오피셜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주임 루트세터 가렛 그로스 공식 인터뷰
Q. 이번 프라하 대회는 준결승과 결승의 난이도 테마 밸런스가 무척 상반되면서도 정교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출제 의도가 궁금합니다.
가렛 그로스: “우선 이번 대회에 사용된 오피셜 브랜드 뉴 EP 벽면 패널은 좌우 너비가 광활하고 상단 헤드월의 오버행 각도가 훨씬 가파르게 설계된 명품 벽입니다. 우리의 원래 계획(Original plan)은 명확했습니다. 오늘 아침 준결승전 무대를 통해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 명수들의 순수한 완력과 피지컬 피로도 부하 한계점(Test the climbers in semi)을 혹독하게 정밀 타격하여 시험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대망의 결승전 파이널 무대 위에서는 완전히 다른 격이 다른 등반 스타일 메커니즘 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컴팩트한 레이아웃 구조물 안에서, 초반에는 강력한 파워 무브와 압착 캠퍼싱 무브를 배치했고, 최상단 헤드월은 지루한 미세 크림프 주름 위주의 테크니컬 등반을 완전히 파괴해 버린, 그야말로 무척 파워풀한 파워 코스 테마로 빌드업해 두었습니다.”
Q. 여자 결승전 1번 과제는 이번 대회 우승의 향방을 가른 핵심 분수령이었습니다. 오직 미국의 애니 샌더스 선수만이 유일하게 완등 사인을 받아냈는데, 세팅 의도가 무엇이었나요?
가렛 그로스: “1번 과제 최상단부 섹션은 지극히 섬세하고 고요한 전신 밸런스를 요구하는 최고 난도 셋업이었습니다. 특히 완등 탑 홀드가 거대한 볼륨 구조물 뒤편 깊숙한 사각지대에 숨겨져 있는 완전한 '블라인드(Blind)' 구조물 함정이었죠. 다른 선수들이 도약 탄력에 의존하다 추락할 때, 애니 샌더스 선수는 중반부에서 니바(Knee-bar) 포지션으로 하중을 덜어내더니 볼륨 오른쪽 코너면을 정적으로 통제해 나갔습니다.
마지막 순간 탑 홀드를 향해 손가락 마디를 미세하게 위로 꼬물꼬물 전진시키며(Tiptoed) 완벽하게 홀드를 가두어 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았을 때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터들의 사악한 함정을 본인의 독보적인 정적(Static) 락오프 스타일로 완벽하게 해체해 낸 위대한 등반이었습니다.”
Q. 이번 결승전에서는 선수들이 볼륨면 위에 뚫려있는 고작 몇 mm짜리 나사 고정용 구멍(Screw hole)에 손가락을 포개어 집어넣는(Stacking) 변칙 크림프 테크닉이 자주 연출되었습니다. 이것도 의도된 공략법이었나요?
가렛 그로스: “루트 세터들은 선수들이 정석 공략법 대신 볼륨의 가장 윗면 모서리에 등반화 고무를 딛고 손톱 마찰력(Nails-in)으로 교묘하게 편법 등반을 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볼륨 라인을 따라 스크루 나사들을 무척 촘촘하게 박아 부어 두었죠. 변수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세터들의 영리한 덫이었습니다.
하지만 애니 샌더스나 중국의 장위통 같은 천재들이 오히려 그 작은 나사 고정 구멍(Screw hole)을 크림프 홀드로 역이용하여 손가락을 겹쳐 넣고 하중을 완전히 묶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세터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플레이를 직관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도파민과 전율을 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Q. 마지막 4번 과제에 출제된 크랙(Crack) 구조물은 선수들이 흔히 기피하는 유형인데도 부상 없이 명승부가 연출되었습니다. 하드웨어 세팅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습니까?
가렛 그로스: “크랙 종목은 선수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고, 자칫 잘못하면 선수들의 손바닥 살죽 피부를 사정없이 갉아먹어 부상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주 세심하게 변수를 조율했습니다. 크랙 안쪽 면을 완전히 매끄러운 듀얼 텍스처(Dual-text)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하여 마찰력을 없앴습니다.
피부가 찢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부상 인스턴스를 막으면서도, 손을 깊숙이 밀어 넣고 관절을 쐐기처럼 박아 넣는 순수한 핸드 잼(Hand Jam) 기술의 영점만을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부상 걱정 없이 과감하게 전신을 던지며 43홀드 같은 경이로운 스코어 합작 드라마를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며 세터로서 무척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기자의 한줄평]
이번 2026 프라하 대회의 루트 세팅은 단순한 '힘 싸움'을 넘어선 '역학적 예술'이었습니다. 가렛 그로스 주임 세터를 필두로 한 루트세터단은 선수들의 편법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덫을 놓았고, 세계 최정상급 클라이머들은 그 덫마저 새로운 해법의 치트키로 재창조해 내며 암벽 역사에 남을 마스터피스 라운드를 완성했습니다.
2026 프라하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CS) 남·여 볼더 결승전은 역대급으로 정교하게 짜인 세터들의 역학적 함정, 그리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선수들의 서로 다른 등반 스타일(Static vs Dynamic)이 극명하게 대립한 무대였습니다.
▶남·여 우승자 및 주요 메달리스트들의 경기력을 중심축으로 정밀 분석
남자 볼더 결승전 경기력 분석
이번 남자 결승은 미세한 밸런스 영점 조절과 사악한 코디네이션, 그리고 가혹한 오버행 완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단 0.1~0.2점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린 역대급 혈투였습니다.

1. 안라쿠 소라토 (JPN) — 금메달 (55.0점)
경기력 키워드: 무브에 대한 깊은 사유,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
분석: 대회 역사상 최초의 '볼더 4연속 우승' 대기록을 썼습니다. 힘에 의존하기보다 루트 파인딩 시 무브의 메커니즘을 끝까지 고찰하는 '생각하는 클라이밍'이 돋보였습니다. 결승 진출자 전원 추락을 안겨준 사악한 4번 과제(180도 개방형 피넛)에서, 시야에 보이지 않는 조약돌 발홀드를 향해 골반을 완전히 열어내며 등반화 고무의 미세한 마찰 계수를 극대화, 결정적인 존(Zone) 점수를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2. 이도현 (KOR) — 은메달 (54.8점)
경기력 키워드: 독보적인 괴물 완력, 준결승 탈락 위기 극복의 멘탈
분석: 주특기인 상체 피지컬과 강력한 락오프(Lock-off) 능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요령이 통하지 않는 순수 힘의 무대였던 3번 오버행 파워 과제에서 결승 진출자 8인 중 최초로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완등(Flash)'을 작렬시키며 경기장 분위기를 압도했습니다. 1번 과제에서 세터들의 다운 그립 함정에 걸려 아깝게 완등을 놓쳤음에도, 본인의 피지컬 장점을 100% 쏟아내며 1위와 단 0.2점 차이의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습니다.
3. 메즈디 샬크 (FRA) — 동메달 (54.7점)
경기력 키워드: 천재적인 역발상 직공(직접 공략), 폭발적인 스피드
분석: 루트 세터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천재성을 입증했습니다. 1번 과제에서 다른 선수들이 교체형 포켓 홀드를 차례로 짚으며 템포를 조절하다 추락할 때, 그 홀드들을 통째로 패스(Pass)하고 탑 홀드를 향해 다이렉트로 몸을 던져 양손으로 가두는 '유일무이한 완등(25점)'을 선보였습니다. 속도를 죽이지 않는 과감성이 돋보였으나, 후반 과제 밸런스 싸움에서 미세하게 밀리며 0.1점 차로 동메달을 기록했습니다.
여자 볼더 결승전 경기력 분석
여자 결승은 상위권 점수 대가 80점대에 머물 정도로 세터들의 루트가 무척 매웠으며, 정적(Static) 지배력을 앞세운 미국의 애니 샌더스와 동적(Dynamic) 돌파력을 앞세운 유럽·아시아 강자들의 대결이었습니다.

1. 애니 샌더스 (USA) — 금메달 (84.3점)
경기력 키워드: 지독한 정적(Static) 등반, 역발상 스크루 홀 크림프
분석: 볼더링에 이어 리드까지 석권하는 '프라하 2관왕'의 시초가 된 무대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반동과 탄력으로 뛰어오를 때, 애니 샌더스는 독보적인 손가락 인장력과 코어 텐션으로 홀드를 고요하게 가두어 버렸습니다. 1번 과제 상단부에서 손가락 마디를 미세하게 위로 고쳐 잡으며(Tiptoed) '유일무이한 플래시 완등'을 잡아내 우승의 90%를 결정지었습니다. 4번 과제(크랙&듀얼텍스)에서는 세터들이Prevents를 위해 만든 몇 mm짜리 나사 고정 구멍(Screw hole)에 손가락을 겹쳐 넣는(Stacking) 괴력으로 완등을 이끌어내며 2위 맥네이스를 0.2점 차로 따돌렸습니다.
2. 에린 맥네이스 (GBR) — 은메달 (84.1점)
경기력 키워드: 거침없는 풀 론치(Full launch) 헌신, 준결승 1위의 기세
분석: 현재 유럽 무대에서 가장 물오른 등반 리듬과 자신감(Swagger)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속도와 관성 운동 에너지를 다루는 코디네이션 과제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2번 과제(고속 패들링 슬랩)에서 중간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완등 홀드를 향해 전신을 통째로 던지는 풀 론치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시켰습니다. 1번 과제 스타트 구간에서 시도 횟수(10회)를 많이 소모한 것이 발목을 잡았으나, 피지컬과 무브의 유연성 균형은 애니 샌더스를 턱밑까지 압박하기에 충분했습니다.
3. 장위통 (CHN) — 동메달 (69.7점)
경기력 키워드: 징크스를 깨부순 밸런스, 슬랩 트래버스의 귀재
분석: 늘 준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던 심리적 압박(Pressure)을 완벽하게 극복하고 생애 첫 결승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올라운더답게 신체 유연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극악의 발 교체를 요구했던 3번 슬랩 트래버스 과제에서 마찰력이 없는 듀얼텍스 경계면을 특유의 부드러운 무게 중심 이동과 스미어링 발 기술로 침착하게 요리해 내며 완등을 확보, 일본의 세키카와 메로디를 0.2점 차로 누르고 포디움에 안착했습니다.
종합 요약
남자부: 상체 근육을 폭발시키는 파워 무브(이도현, 메즈디)와 하체 골반을 열어 고무 마찰력을 극대화하는 섬세한 영점 조절(안라쿠)의 백지장 한 장 차이 승부였습니다.
여자부: 세터들이 파놓은 듀얼텍스 볼륨과 블라인드 구역의 덫을 무력화하기 위해 '스크루 홀 구멍을 크림프 홀드로 역이용'하고, 과감하게 동선을 생략하여 몸을 던진 선수들만이 탑(Top) 홀딩을 허락받은 고난도 라운드였습니다.
주임 루트세터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인터뷰 기사
[WCS 프라하] 주임 루트세터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결승전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펌핑’, 선수들의 창의적인 해법에 경의를”
“결승전은 리드 클라이밍의 본질인 ‘인내’와 ‘순간적 결단’의 조화에 집중”
“애니 샌더스의 역발상 크림프 무브, 세터진도 예상치 못한 마스터피스”
“내년 프라하 세계 선수권 대회의 완벽한 리허설이 된 대회”
체코 프라하 시트반니체 섬에서 열린 '2026 월드 클라이밍 시리즈(WCS)' 리드 결승은 전 세계 클라이밍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를 선사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리드 루트 디자인을 총괄한 수석 세터, 독일의 클라이밍 레전드 크리스티안 빈트함머(Christian BINDHAMMER)를 만나 이번 결승 루트의 설계 의도와 대회 총평을 들어보았습니다.
Q. 프라하 결승전 루트가 선수들의 피지컬과 멘탈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는 평이 많습니다. 세팅의 주안점은 무엇이었나요?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리드 클라이밍의 본질은 ‘펌핑(Pumped)’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관리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번 결승 루트는 초반부의 역동적인 볼더링 무브로 에너지를 뺏은 뒤, 상단으로 갈수록 홀드의 접촉 면적을 줄여 선수들이 등반 중 휴식(Rest)을 취할 수 있는 구간을 극도로 제한했습니다. 선수들이 벽 위에서 얼마나 영리하게 호흡을 고르고, 다음 무브를 위해 전력을 비축할지 그 판단력을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Q. 여자부 결승에서 애니 샌더스 선수 등이 보여준 ‘스크루 홀 크림프’ 무브는 세터진도 예상하지 못한 전략이었나요?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사실 우리 세터진은 그 구간을 더 정교한 밸런스 무브로 통과하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애니 샌더스와 장위통 같은 선수들이 보여준 ‘역발상’은 경이로웠습니다. 볼륨 홀드를 고정하기 위해 박아둔 작은 나사 구멍을 자신만의 ‘초소형 크림프 홀드’로 활용하다니요. 그것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벽을 해석하는 그들의 창의성이 승리한 사례입니다. 루트 세터로서 선수들이 우리의 세팅을 뛰어넘는 해법을 제시할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Q. 이번 대회가 내년 프라하에서 열릴 세계 선수권 대회의 시험 무대이기도 했는데, 전체적인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성공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신상 EP 벽면에서 데이터들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선수들이 어떤 구간에서 펌핑을 겪고, 어떤 홀드에서 창의적인 베타(Beta)를 찾아내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습니다.
프라하의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한계를 돌파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세터로서 큰 영광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전 세계 클라이머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더욱 완벽하고 공정한 마스터피스 루트를 선보이겠습니다.”
♀️ 여자 리드 결승 경기력 분석
여자부 결승은 '더블 챔피언'의 탄생과 노련한 베테랑의 저력이 돋보였습니다.

애니 샌더스 (USA, 1위, 37 홀드):
경기력 분석: 볼더링 우승의 기세를 이어받아 리드에서도 압도적인 등반을 선보였습니다. 루트 전반부에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페이스 조절을 보여주었으며, 쟁쟁한 경쟁자들이 고전했던 상단부 크럭스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크림프 홀딩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프라하 대회 통합 2관왕(더블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서채현 (KOR, 2위, 35 홀드):
경기력 분석: 대한민국 리드의 간판답게 루트 파인딩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특히 상단부에서 다른 선수들이 겪은 펌핑(Pumped) 현상을 견뎌내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습니다. 결승전 루트의 복잡한 무브 시퀀스를 본인의 리듬으로 완벽하게 해석해 냈으며, 2위라는 값진 은메달로 이번 대회 리드 부문의 유력한 우승 후보임을 증명했습니다.
젤리아 아베주 (FRA, 3위, 31+ 홀드):
경기력 분석: 전날 볼더링 결승의 여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습니다. 강한 완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오버행 구간을 돌파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프랑스 팀의 에이스로서 올 시즌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남자 리드 결승 경기력 분석
남자부는 인도네시아라는 새로운 리드 강국의 탄생과 베테랑들의 기술적인 등반이 돋보였습니다.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 (INA, 1위, 43 홀드):
경기력 분석: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이자 돌풍의 주인공입니다. 인도네시아 클라이머 최초로 스피드 종목 이외의 리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역사를 썼습니다. 하단부에서 속도를 붙여 체력을 세이브하고, 상단부 헤드월에서 보여준 43 홀드까지의 질주는 엄청난 지구력과 자신감이 결합된 완벽한 등반이었습니다.
스즈키 네오 (JPN, 2위, 39 홀드):
경기력 분석: 일본 클라이밍 특유의 정교한 풋워크와 유연한 흐름이 돋보였습니다. 결승 루트의 모든 섹션을 기계적으로 통과했으며, 상단 크럭스에서 본인의 리듬을 잃지 않고 등반하여 은메달을 확보했습니다. 볼더링과 리드를 모두 소화하는 올라운더로서의 강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야콥 슈베르트 (AUT, 3위, 37 홀드):
경기력 분석: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온 레전드의 품격이었습니다. 초반부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듯했으나, 중반부 크럭스에서 베테랑다운 노련한 완급 조절로 펌핑을 방지했습니다. 37 홀드까지 도달하며 3위로 시상대에 올라, 왜 그가 여전히 세계 정상급 리드 클라이머인지 증명했습니다.
안라쿠 소라토 (JPN, 4위, 34+ 홀드):
경기력 분석: 전날 볼더링 금메달로 '더블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리드에서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1번 과제에서 발생한 클립 실수와 크럭스에서의 아쉬운 추락으로 인해 대기록 달성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결승부터 보여준 상단부 크럭스 돌파 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결승전 요약 포인트
시간 관리의 중요성: 결승전 루트는 펌핑을 유발하는 지점이 많아 선수들이 정체할 경우 완등 고도에 도달하기 전 탈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애니 샌더스와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는 초반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여 상단부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영리한 운영을 펼쳤습니다.
크림프 홀딩력의 승리: 결승전 루트의 핵심 크럭스들은 대부분 듀얼텍스 재질이거나 매우 작은 크림프 형태였습니다. 이를 단순히 힘으로만 쥐어짜는 선수는 떨어졌고, 홀드의 각도를 파악해 손가락 끝으로 미세하게 압착(Stacking)해 낸 선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선수의 저력: 서채현 선수의 은메달은 대한민국 리드 클라이밍이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프라하의 여왕’ 애니 샌더스의 통합 우승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미국의 애니 샌더스였다. 샌더스는 볼더링 결승에서 0.2점 차의 대역전극으로 우승한 데 이어, 주 종목인 리드 결승에서도 37홀드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샌더스는 볼더링과 리드 종목을 동시에 석권하는 ‘프라하 더블(Prague Double)’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급 올라운더로 우뚝 섰다.
인도네시아의 대이변,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
남자부 리드 결승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푸트라 트리 라마다니가 세계 클라이밍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리드 종목에서 인도네시아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라마다니는 43홀드라는 경이로운 고도를 기록하며, 안라쿠 소라토와 야콥 슈베르트 등 쟁쟁한 강자들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인도네시아가 더 이상 스피드 클라이밍만의 강국이 아님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레이스였다.
서채현의 투혼과 한국 리드의 저력
대한민국의 서채현은 여자 리드 결승에서 35홀드를 마크하며 은메달을 획득, 대한민국 리드 클라이밍의 자존심을 지켰다. 준결승 공동 1위의 기세를 결승까지 이어간 서채현은 노련한 루트 파인딩과 펌핑을 견뎌내는 지구력을 앞세워 시상대 두 번째 칸에 올랐다. 또한 ‘살아있는 전설’ 김자인 역시 준결승을 뚫고 결승 무대(8위)에 진출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리드의 깊은 저력을 확인시켰다.
루트세터진이 설계한 ‘명품 루트’
이번 대회의 성공에는 가렛 그로스 루트세터장과 크리스티안 빈트함머 리드 주임 세터의 치밀한 셋업이 있었다. 상단 헤드월의 경사도를 높이고 듀얼 텍스처 홀드와 나사 구멍을 활용한 변칙적인 홀드 배치는 선수들에게 단순한 힘 이상의 ‘창의적 해법’을 요구했다. 특히 결승전의 크럭스 구간은 펌핑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선수들의 판단력을 시험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대회를 마무리하며: 프라하, 새로운 기준을 세우다
이번 대회는 내년 체코 브르노에서 열릴 2027 세계 선수권 대회를 앞둔 리허설로서도 완벽했다. 체코 산악연맹과 페트르 레즈나 디렉터 등 현지 운영진은 테니스 스타디움을 완벽하게 클라이밍 아레나로 탈바꿈시키며 최상의 환경을 제공했다.
프라하의 석양 아래서 선수들이 만들어낸 투혼의 드라마는 전 세계 클라이밍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승패를 떠나 한계에 도전하고, 벽 위에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낸 모든 선수는 프라하의 주인공이었다.
이제 세계의 클라이머들은 다음 결전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향한다. 프라하에서 확인된 새로운 기술적 기준과 선수들의 발전된 경기력이 인스브루크에서는 어떤 드라마로 이어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