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윤태인(남자 RP2),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월드클라이밍 파라 시리즈 시상대 등극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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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파라 시리즈 후쿠오카] “한국의 슈퍼스타가 떴다” 월드클라이밍 중계진이 극찬한 윤태인의 ‘오른손 범프’와 값진 동메달
캐스터 맷 그룸 “지난주 홈 대회 인터뷰에서도 인상적이었던 한국의 슈퍼스타”… 등장부터 집중 조명
해설위원 카리마 배츠 “좌측 장애 불리함 딛고 오른손 연속 범프로 우측 트래버스 뚫어낸 독창적 해법” 호평
14년 베테랑 쿠마르·유럽 챔피언 비너와 어깨 나란히… “인스브루크 8위에서 후쿠오카 동메달까지, 한국 팀의 무서운 성장 증명”
“우리의 한국 슈퍼스타(Our Korean superstar)가 등장합니다!”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의 ‘이즈카 스포츠 리조트 더 리트리트’에서 열린 ‘2026 월드클라이밍 파라 시리즈 후쿠오카(World Climbing Para Series Fukuoka 2026)’ 남자 RP2(신경·근골격계 스포츠 등급) 리드 결승 무대. 대한민국 국가대표 윤태인이 등반 벽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월드클라이밍(World Climbing) 공식 생중계 부스의 목소리가 단숨에 높아졌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메인 캐스터 맷 그룸과 객원 해설위원으로 나선 미국 최초의 여성 파라 클라이머 카리마 배츠는 윤태인이 출발 홀드를 잡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그의 등반 메커니즘과 대한민국 파라 클라이밍 대표팀의 가파른 성장세를 비중 있게 다뤘다.

“서울 세계선수권 이후 한국 대표팀의 눈부신 발전, 윤태인이 증명했다”
윤태인이 결승 첫 번째 주자로 벽 앞에 서자, 맷 그룸 캐스터는 지난주 전북 군산에서 열린 대회 당시 윤태인과 나눴던 ‘월드클라이밍 클럽(World Climbing Club)’ 공식 인터뷰를 언급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에 카리마 배츠 해설위원은 윤태인의 결승 진출이 갖는 의미를 한국 파라 클라이밍의 성장사와 연결해 분석했다. 배츠 위원은 “지난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당시만 해도 몇 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 한국은 대표팀을 육성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제는 세계가 주목해야 할 팀(Somebody to watch)으로 성장했고, 오늘 윤태인이 이 결승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그 결과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윤태인은 지난해 서울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6위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뒤, 올 시즌 솔트레이크시티 4위, 인스브루크 8위, 지난주 군산 대회 5위를 거쳐 시즌 최종전인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서 예선 3위(1루트 27·공동 2위, 2루트 34+·단독 3위)로 당당히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불리한 우측 트래버스, 창의적인 ‘오른손 범프’로 정면 돌파
시각장애(B) 등급 경기가 끝나고 장내 DJ의 경쾌한 음악이 다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 윤태인의 결승 등반에서 중계진이 가장 감탄한 대목은 초반 크럭스 돌파와 중반부 트래버스(Traverse·횡단) 구간의 대처 능력이었다.
이번 후쿠오카 대회의 결승 벽은 중반부부터 마치 집 처마 밑에 매달린 것처럼 경사가 급격히 가팔라지는 강한 오버행 구조로 세팅됐다. 배츠 위원은 초중반 구간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는 윤태인을 보며 “윤태인이 첫 번째 크럭스를 아주 빠르게 요리하고 있다(Making quick work of the first crux)”고 감탄했다.
진짜 승부처는 벽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트래버스 구간이었다. 신체 좌측에 장애가 있는 윤태인에게는 오른쪽으로 멀리 뻗어 나가는 트래버스 동작이 구조적으로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배츠 위원이 “왼쪽에 장애가 있는 윤태인에게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이 트래버스 구간이 현재 까다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짚어낸 순간, 윤태인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왼손으로 홀드를 깊게 교차(Cross)해 잡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오른손 위치를 세밀하게 고쳐 잡은 뒤 곧바로 오른손을 다시 쳐서 올리는 연속 ‘범프(Bump)’ 동작으로 그립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맷 그룸 캐스터는 “윤태인이 오른손을 조정하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과연 어떻게 풀 것인가? 오른손을 그대로 범프한다!”고 외쳤고, 배츠 위원 역시 “크로스 구간에서 또 다른 새로운 해법(New method)을 찾아냈다”며 윤태인의 순발력과 무브 조합 능력을 칭찬했다.

‘살아있는 전설’ 쿠마르·‘유럽 챔피언’ 비너와 나란히 선 시상대
오른손 범프로 중반 고비를 넘긴 윤태인은 급경사 오버행이 본격화되는 19+ 지점에서 끝내 펌핑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며 결승 등반을 마쳤다.
아쉬움 속에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윤태인을 향해 배츠 위원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올 시즌 초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8위를 기록했던 선수가 이렇게 시즌 최종전 결승 무대에 올라와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것은 확실한 도약(Definitely a come up)”이라며 “최근 두 번의 아시아 시리즈(군산·후쿠오카)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해 자국을 훌륭하게 대표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계진은 이번 남자 RP2 결승을 ‘서로 다른 여정을 걸어온 세 강자의 대결’로 정의해 눈길을 끌었다. 배츠 위원은 이어진 경기 분석에서 “2012년부터 인도를 대표해 온 살아있는 전설 마니칸단 쿠마르(결승 33·금메달), 현 유러피언 챔피언인 오스트리아의 다니엘 비너(결승 32+·은메달), 그리고 이 두 거물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한국의 윤태인(결승 19+·동메달)까지 세 선수가 각기 다른 베타로 강렬한 승부를 펼쳤다”며 “이전 시즌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쟁 구도가 이 등급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후 진행된 공식 시상식에서 장내 아나운서의 “동메달은 대한민국의 윤태인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완벽한 콜링 호흡’ 여자 B2 이다경·서종국 조 종합 6위, ‘최대 격전지 완주’ 남자 AL2 최형욱 18위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후쿠오카 벽에 오른 이다경(여자 B2)과 최형욱(남자 AL2) 역시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상대로 의미 있는 도전을 이어갔다.
여자 시각장애 B2(Women B2) 부문에 출전한 이다경과 서종국 가이드 조는 7명이 출전한 예선 1루트에서 흔들림 없는 무선 콜링 호흡을 선보였다. 이다경은 서종국 가이드의 정교한 방향 지시에 맞춰 초중반 구간을 안정적으로 돌파하며 24+에 도달, 브라질의 리베아 나자레트 플로르 페레이라(20+)를 4홀드 차로 제치고 단독 6위에 올랐다.
이어진 예선 2루트는 이번 대회 전 종목을 통틀어 난도가 가장 급격히 상승한 루트였다. 이다경은 초반부터 까다로운 홀드가 이어진 2루트에서 11+(공동 6위)를 기록했으나, 1루트에서 벌려둔 격차 덕분에 합산 포인트 6.24점(페레이라 6.75점)으로 최종 단독 6위를 차지했다. 비록 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결승 티켓(4위 오스트리아 린다 르 봉·4.00점)에는 닿지 못했지만, 한층 기술적으로 변모한 국제대회 세팅 속에서 값진 경쟁력을 입증했다.
남자 하지 절단 등급인 AL2(Men AL2) 부문에 출전한 최형욱은 이번 대회 단일 종목 최다 인원인 18명이 몰린 최대 격전지에서 분전했다. 최형욱은 빠른 템포의 지구력 승부가 펼쳐진 예선 1루트에서 중반부인 25홀드까지 차분하게 고도를 높였고, 중상위권 선수 8명이 20번 홀드 초반에서 무더기로 추락할 만큼 초반 크럭스가 강력했던 예선 2루트에서는 10+를 기록하며 최종 18위(포인트 18.00)로 경기를 완주했다.

대한민국 선수단 최종 성적 요약 (2026 월드클라이밍 파라 시리즈 후쿠오카)
남자 RP2 (Men RP2): 윤태인 (Taein YUN) — 최종 3위 (동메달 / 한국 파라 시리즈 사상 첫 메달)
예선: 종합 3위 (포인트 3.00 / R1: 27 [공동 2위], R2: 34+ [단독 3위]) — 결승 진출
결승: 19+ (최종 3위)
여자 B2 (Women B2): 이다경 (Dagyung LEE) & 가이드 서종국 (Jongkuk Seo) — 최종 6위
예선: 종합 6위 (포인트 6.24 / R1: 24+ [6위], R2: 11+ [공동 6위])
남자 AL2 (Men AL2): 최형욱 (Hyung Wook CHOI) — 최종 18위
예선: 종합 18위 (포인트 18.00 / R1: 25 [18위], R2: 10+ [18위])
파라 클라이밍이 오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가운데, 지난주 군산 대회에 이어 이번 후쿠오카 최종전까지 아시아 시리즈 2연전을 완주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사상 첫 파라 시리즈 메달 획득’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2026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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