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클라이밍(World Climbing) 유럽 시리즈 카우나스 여자부 볼더링 결승전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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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클라이밍(World Climbing) 유럽 시리즈 카우나스 여자부 볼더링 결승전
압도적 선두 이사벨라 브리진스, 4번 루트 런지 통제 실패로 은메달 덜미 - '마의 2번 루트'와 코어 통제력이 승부 갈라
2026 IFSC 스포츠클라이밍 유럽컵 카우나스 대회 여자부 볼더링 결승전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슬로베니아의 리나 푸나가 총점 84.0점을 기록, 경기 막판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결승전은 정교한 발놀림이 요구되는 기술적 과제와 강한 코어를 동반한 다이내믹 과제가 고르게 출제되어 선수들의 기량을 극한까지 시험했다.

초반 기세를 잡은 것은 영국의 이사벨라 브리진스(2위, 82.5점)와 이스라엘의 아얄라 케렘(3위, 74.8점)이었다. 케렘은 1번 루트(슬로퍼 제압)를 단번에 완등(플래시)하며 파워풀한 상체 근력을 과시했고, 장신인 브리진스 역시 1번 루트 플래시에 이어 까다로운 2번, 3번 루트를 연달아 제압하며 우승을 목전에 두는 듯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선수들을 절망에 빠뜨린 '마의 2번 루트'와 마지막 '4번 루트'였다.
2번 루트는 매크로 홀드에서의 미세한 체중 이동과 하체 밸런스가 관건이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발이 미끄러지며 고전한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야코바 라우터(4위)가 단 1회 시도로 완등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우승자 리나 푸나와 2위 브리진스도 이 구간에서 6번의 끈질긴 시도 끝에 힐훅과 맨틀링 등 고난도 기술을 동원해 힘겹게 완등 포인트를 챙겼다. 반면, 폭발적인 힘을 자랑하던 케렘은 여기서 0점을 기록하며 섬세한 밸런스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결승전의 백미는 금메달의 주인이 뒤바뀐 마지막 4번 루트였다. 폭발적인 더블 다이노와 코어 통제력이 요구된 이 과제에서 브리진스의 약점이 노출됐다. 3번 루트까지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브리진스는 장신이라는 신체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첫 스타트 런지 이후 진행 방향으로 쏠리는 몸의 진자 운동(Swing)을 코어 힘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10점 포인트 획득에만 무려 19번을 시도하며 체력을 소진, 25점 완등에 실패했다.
반면, 앞선 3번 루트에서 유일하게 완등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던 리나 푸나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푸나는 4번 루트에서 거침없는 다이노로 3번의 시도 만에 완등 홀드를 거머쥐며 84.0점을 기록, 브리진스를 1.5점 차로 따돌리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전은 정교한 발놀림(Footwork)이 요구되는 기술적인 과제와 강한 힘과 코어가 필요한 다이내믹 과제가 고르게 출제되어 선수들의 종합적인 기량을 완벽하게 시험한 무대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4번 루트에서 우승의 향방이 완전히 뒤바뀌는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루트별 과제 특성 및 경기 흐름 분석

특징: 대부분의 선수가 첫 시도에 10점 존을 확보했으나, 마지막 25점 홀드(핑크색 슬로퍼)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서 성패가 갈렸습니다.
분석: 아얄라 케렘과 이사벨라 브리진스는 첫 시도에 슬로퍼를 완벽히 통제하며 플래시(단번 완등)에 성공해 초반 기세를 잡았습니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10점에서 고전하며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루트입니다.

특징: 10점 포인트 도달 전후로 배치된 매크로 홀드에서의 미끄러움과 무게중심 이동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분석: 많은 선수들(루시아, 마르티나, 파울라, 아얄라 등)이 이곳에서 발이 터지며(미끄러지며) 0점을 기록하거나 체력을 크게 소모했습니다. 반면, 야코바 라우터는 단 1회 시도로 완등하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나 푸나와 이사벨라 브리진스는 각각 6번의 시도 끝에 힐훅과 엄지손가락(썸패드), 손바닥 밀기(맨틀링) 등 고난도 기술을 총동원해 기어코 완등을 해내며 우승 후보의 저력을 증명했습니다.

특징: 양발을 넓게 벌리고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아야 하는 루트로, 8명 중 7명이 완등에 성공했습니다.
분석: 선수들의 유연성과 정적인 밸런스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승자인 1위 리나 푸나만이 유일하게 이 루트에서 런지 후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추락하며 25점 획득에 실패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특징: 더블 다이노, 캠퍼싱 등 폭발적인 힘과 런지 이후 쏠리는 무게중심을 코어로 버텨내는 능력이 핵심인 과제였습니다.
분석: 이 루트가 금메달과 은메달의 색깔을 바꿨습니다. 리나 푸나와 아얄라 케렘 등은 강력한 파워로 완등해 냈습니다. 반면, 3번 루트까지 압도적인 1위였던 이사벨라 브리진스는 첫 스타트 런지 이후 진행 방향으로 쏠리는 몸을 통제하지 못해 10점 획득에만 무려 19번을 시도하는 등 체력을 탕진하며 결국 25점 획득에 실패, 2위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주요 선수 분석 및 기술적 시사점
어린 유스 선수들의 훈련이나 기술 분석 시 참고하기 매우 좋은 사례들이 다수 등장한 결승전입니다.
리나 푸나 (1위 - 슬로베니아): 약점을 극복하는 멘탈과 파워 3번 루트에서 유일하게 완등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한 4번 루트에서 파워풀한 다이노로 3번 만에 완등하며 멘탈을 다잡았습니다. 특히 2번 루트에서 보여준 엄지를 활용한 미세한 홀드 제압 능력은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보여줍니다.
이사벨라 브리진스 (2위 - 영국): 신체 조건의 활용과 다이내믹 통제력의 한계 장신이라는 신체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2번 루트의 먼 홀드를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등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4번 루트에서 보듯, 긴 팔다리로 인해 런지 후 발생하는 큰 진자 운동(Swing)을 코어 힘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아무리 유리한 신체 조건이라도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총평: 이번 대회는 단순히 홀드를 잘 잡는 '힘'의 싸움이 아니라, 매크로 홀드에서의 미세한 발 감각, 불안정한 자세에서의 엄지손가락 활용, 그리고 다이내믹한 움직임 이후의 코어 통제력까지 현대 스포츠 클라이밍이 요구하는 모든 기술적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되어야만 우승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명승부였습니다.
[분석] 유소년 유망주들을 위한 기술적 시사점
이번 카우나스 결승전은 성장기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 지표로 삼기에 완벽한 교보재였다.
신체 조건과 코어 통제력의 상관관계: 이사벨라 브리진스의 4번 루트 실패는 긴 팔다리가 주는 리치(Reach)의 이점이 완벽한 코어 통제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스 선수들은 성장기 체형 변화에 맞춰 런지 이후의 궤적을 버텨내는 코어 트레이닝을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매크로 홀드에서의 발 감각: 2번 루트에서 대다수 성인 탑랭커들이 발이 터져 추락했다. 힘으로 당기는 등반을 넘어, 체중을 하체에 싣고 매크로 홀드의 미세한 마찰력을 활용하는 섬세한 풋워크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위기관리 능력: 3번 루트의 어이없는 추락에도 멘탈을 다잡고 마지막 과제를 파워풀하게 완등한 리나 푸나의 모습은, 기술 훈련만큼이나 경기 중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 훈련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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