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나와 나누는 대화이다"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성황리 폐막
김주운 기자 (wingm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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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라이밍의 미래와 함께 선 산악인 엄홍길 대장
엄홍길 대장(가운데)이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리드 종목 시상식을 마친 뒤, 남녀 초·중·고등부 입상자들과 함께 폼보드 상장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상에 오른 차세대 클라이밍 유망주들이 대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제목: 한국 클라이밍의 미래들이 암벽 위에서 비상하다…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성황리 마무리
(대구=2026년 9월 12일) 차세대 스포츠 클라이밍 유망주들이 총출동한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가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가족들의 굳건한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초등부(저/고학년), 중학부, 고등부 남녀 리드(Lead) 종목을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며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밝은 미래와 탄탄한 저변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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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의 리드 부문 결승전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고등부 남자 1위 정찬진(대구시체육회)과 2위 최정빈(물금고), 중학부 남자 1위 김윤규(아산갈산중)와 2위 고휘찬(애스트로맨) 등 주요 부문에서 결승 완등(TOP) 또는 동일한 높이를 기록하는 명승부가 쏟아졌다. 상당수 메달의 색깔이 예선전 A, B루트 종합 성적으로 갈릴 만큼 유망주들 간의 기량 차이가 좁혀졌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음 홀드를 향해 손을 뻗는 선수들의 투혼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치열한 순위 경쟁 이상으로 눈길을 끈 것은 메달의 색깔보다 ‘과정과 성장’을 중시하는 성숙한 스포츠 문화였다. 유망주들의 기량 만개 뒤에는 성적에 대한 압박 대신 쉼표의 미학을 가르치는 가족들의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각각 남녀 초등부 최종 6위를 기록한 김건후 선수와 조한솜 선수의 어머니들은 입을 모아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가 클라이밍 자체를 자발적으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체적 훈련 못지않게 부상 관리와 긍정적인 멘탈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리드 여자 중학부에서 최종 5위에 입상한 민송현(선유중) 선수는 부상이라는 위기를 간절함으로 승화시킨 훈련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취약했던 동작을 외벽 훈련으로 보완해 까다로운 예선 A루트 완등을 이뤄낸 민 선수는 “준비 과정이 힘들었지만 목표했던 5위를 달성해 무척 기쁘다”며 다가오는 경기도 체육회장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선수를 위해 거주지 이전까지 결단했던 민 선수의 어머니 역시 “우리 아이가 경쟁에 얽매이기보다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행복한 클라이머’로 자라기를 바란다”며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대회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암벽 위에서 보여준 탁월한 기량과 성숙한 스포츠맨십, 그리고 이를 묵묵히 뒷받침하는 가족들의 헌신이 어우러져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대회가 완성되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스포츠 클라이밍 유망주들이 더 큰 세계 무대를 향해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홍길배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또 한 뼘 성장한 차세대 클라이머들은 재정비를 거쳐 하반기에 열리는 각 지역 체육회장배 및 전국 단위 대회를 향해 다시 한번 힘찬 등반을 이어갈 예정이다.

쉼표의 미학을 가르치다: 김건후 선수 어머니
초등부 고학년 남자부에서 최종 6위를 기록한 김건후 선수의 어머니는 '휴식'과 '긴 안목'을 강조했다.
부상과 휴식의 전화위복: 대회 직전 김건후 선수는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다. 어머니는 훈련을 강행하는 대신 과감하게 하루의 휴식을 권했고, 이는 근육 회복으로 이어져 예선 공동 1위(3.35점)라는 뛰어난 성과를 낳았다.
장기적 관점의 지지: "지금 잘하는 것보다 나중에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성적 압박을 주지 않는다.
경험의 축적: 초등학교 3학년부터 4년 연속 엄홍길배에 출전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던 시기를 거쳤으나, 3학년 목포 대회 첫 우승을 기점으로 기량이 만개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상위권의 치열한 동점 접전 끝에 단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실전 경험과 멘탈 케어의 조화: 조한솜 선수 어머니
초등부 저학년 여자부에서 최종 6위를 차지한 조한솜 선수의 어머니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경험 축적을 양육의 핵심으로 꼽았다.
자발적 흥미 우선: 선수가 스포츠 자체를 즐기며 꾸준히 발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당장의 입상보다 꾸준한 참여를 중시하며, 훈련 역시 강제하지 않고 아이의 자발적인 의지를 존중한다.
실전 경험을 통한 성장: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 8회 이상 대회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고 믿는다.
과제와 심리적 지원: 이번 대회 결승에서 루트파인딩 실수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크럭스 구간을 돌파하는 등 뚜렷한 성장을 보였다. 향후 신체 비율(리치)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지구력 훈련과 경쟁 압박감을 이겨내는 멘탈 케어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행복한 클라이머'를 위한 결단: 민송현 선수 어머니
중학부 여자부에서 최종 5위에 오른 민송현 선수의 어머니는 선수의 더 큰 무대를 위해 거주지까지 옮기는 열정을 보이면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에 두고 있다.
성장을 위한 환경 변화: 선수의 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가족 전체가 충남 당진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결단을 내렸다.
부상 극복과 간절함: 작년 다리 골절로 인한 공백기는 선수에게 큰 스트레스였으나, 역설적으로 클라이밍에 대한 간절함과 애정을 깊게 만드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건강한 스포츠 문화 지향: 경쟁에 얽매이기보다는 동료 선수들과 서로 격려하며 동반 성장하는 클라이밍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당장의 성적표보다 딸이 언제나 '행복한 클라이머'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강조했다.
"목표했던 Top 5 달성!" 민송현, 우연히 본 TV 영상에서 차세대 클라이밍 유망주로 우뚝
엄홍길배 리드 여자 중학부 5위 달성… "단점 보완한 맹훈련과 좋은 컨디션이 비결"
치열했던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현장, 중등부와 고등부가 함께 치른 험난한 예선 루트를 여유롭게 완등하며 시선을 사로잡은 작은 거인이 있다. 바로 리드 여자 중학부에서 최종 5위에 오르며 당찬 목표를 이뤄낸 민송현(중학교 1학년) 선수다. 예선을 갓 마치고 결승을 앞둔 시점에서 만난 그는 앳된 얼굴 속에 클라이머로서의 단단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우연한 호기심이 만든 5년 차 클라이머의 길 민송현 선수가 암벽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약 5년 전인 초등학교 2학년 하반기 무렵이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클라이밍 영상을 보고 강한 흥미를 느낀 그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인공 암벽장을 직접 찾아가 처음 홀드를 잡았다. 주 1회 취미로 시작했던 가벼운 발걸음이었지만, 곧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코치진의 권유로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반 생활에 돌입했다. 그 호기심 많던 소녀는 어느덧 경력 5년 차의 어엿한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약점 극복을 위한 땀방울, 예선 완등으로 증명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민송현 선수는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족했던 동작들을 보완하려고 노력했고, 실내뿐만 아니라 외벽을 타는 훈련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맹훈련의 결과는 실전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그는 난도가 높았던 예선 A루트에서 당당히 완등(TOP)을 기록하며 결승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예선 B루트에 대해서는 "언더 홀드로 일어서서 진행하는 동작이 꽤 까다로웠다"고 회상하면서도, "다행히 오늘 컨디션이 무척 좋아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목표는 5위!" 스스로 증명해 낸 약속, 그리고 다음 무대 결승전을 앞두고 민송현 선수가 밝힌 이번 대회의 명확한 목표는 '5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결승 문제는 신체 비율(리치)을 너무 타지 않는 문제였으면 좋겠어요"라며 중학교 1학년 특유의 솔직하고 귀여운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던 그는, 실제 결승 무대에서 31이라는 높은 기록을 달성하며 치열한 접전 끝에 자신이 설정한 목표인 최종 5위를 정확히 이뤄냈다.
세 어머니의 인터뷰는 엘리트 스포츠의 치열함 속에서도 유망주들이 지치지 않고 벽을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가족의 따뜻하고 굳건한 지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녀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묵묵히 응원하는 이들의 철학은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밝은 미래를 가늠케 한다.
[총평 / 기자 평]
암벽 위에서 피어난 ‘자율과 동행’… 한국 클라이밍의 성숙한 미래를 보다
체육계에서 유소년 대회는 종종 지나친 조기 성과주의와 어른들의 조급증이 투영되는 무대로 변질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엄홍길배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결이 달랐다.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 이면에, 한국 유소년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생태계의 가능성이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유망주들을 둘러싼 가족과 지도자들의 시선 변화였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자녀의 등반 기록이나 메달 색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즐기며 오래 타는 것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었다. 부상이라는 위기를 마주했을 때 훈련을 강행하기보다 충분한 회복과 멘탈 케어를 우선시하고, 신체적 불리함 속에서도 끝까지 홀드를 쥐어짜 낸 한 동작 자체에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경쟁의 압박을 덜어낸 자리에는 자발적인 동기부여와 ‘동료 클라이머와의 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루트 세팅과 경기 운영 측면에서도 차세대 클라이머들의 실질적인 기량 검증이 이뤄졌다. 결승 무대에서 동일 완등자가 속출하며 예선 성적으로 순위가 갈릴 만큼 상위권 기량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까다로운 크럭스 구간에서도 과감한 무브를 시도하는 유망주들의 담대함은 성인 엘리트 무대 못지않았다.
다만 인프라와 저변 측면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수도권 지역 중심의 인원 쏠림 현상은 여전히 훈련 인프라와 전문 지도 인력이 특정 권역에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남과 호남 등 지방 거점에서도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들이 지역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체계적인 훈련을 이어갈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시설 확충과 지원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벽을 오르는 행위는 결국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이다. 엄홍길배가 남긴 가장 큰 결실은 포디움에 오른 소수의 입상자가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홀드를 향해 손을 뻗는 법을 배운 유망주들의 단단해진 눈빛이다. '행복한 클라이머'를 꿈꾸는 아이들과 이들의 속도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부모들의 동행이 이어지는 한,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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